밤새도록 넷플릭스에 미쳐서 '고요의 바다'랑 '솔로지옥'을 정주행하고
느즈막히 시작한 여자셋 제주여행의 3일차. 3일차 일정은 어제 웨이팅 폭발에 못갔던 블루사이공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오픈할 때 가면 딱일줄 알고 신나게 에어비앤비 체크아웃 후 달려갔지만.........................
알고보니 이 집은 오픈 전부터 웨이팅 리스트를 받는 것이었다. 정말 영업 시작하자마자 갔건만 사람이 꽉 차고
대기도 있어서 딱 오픈 시간에 갔건만 (그것도 생각해보니 평일이었는데!) 4-50분은 차에서 대기한 것 같다.
요즘들어 인내심이 점점 줄어들어 밥먹을 때 대기타는 걸 쉽사리 받아들이기가 어렵지만
어찌됐건 무사히 긴긴 대기를 마치고 입장!
세명 여행의 좋은 점은 식당에 가서 먹어보고 싶은걸 웬만하면 다 시켜볼 수 있다는 점인 것 같다.
베트남 음식점이니까 당연히 반미에다가 퍼보, 그리고 베트남식 숯불 돼지고기 덮밥인 껌승까지 세개를 시켰다. 반미는 종류가 몇가지 있었는데 식당 바깥 그릴에서 열심히 고기를 굽고계신 분을 보고 망설임없이 포크 반미로!!
사실 세명이 가도 네개를 시켜야 되지 않을까 늘 조금은 고민하게 되는데 이 집은 음식을 받아들고 나니 양이 꽤 많았다. 서울에서는 본 적 없는 사이즈의 왕 커다란 반미가 나왔고 반미가 기억에 남도록 맛있었다. 뭔가 바게트 빵이 신선한 것처럼 느껴지는게 딱딱하게 굳지 않은 바게트여서 더 그랬다. 고기가 많이 든건 아닌데 잔뜩 든 야채가 소스에 절여 넘치도록 흘러내리지 않았던 점도 좋았고! 껌승도 소스랑 비벼먹는 게 맛있었는데 제주도 가서 너무 먹기만 하는 것 같아서 자제하려고 하느라 그만 먹었지 안 그랬으면 바닥까지 그릇을 싹싹 설거지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동선이 효율적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언니들이랑 내키는대로 슉슉 가는 맛이 있었던 두번째 코스는 사려니숲. 사려니숲에도 이미 몇번 가본적이 있었지만 사려니숲은 뭔가 '사려니숲 주차장'을 가면 외딴 이상한 곳에 가게 된다. 사려니숲은 생각보다 훨씬 크고 출입구도 여러곳인데 특히나 그놈의 주차장이 진짜 묘하고 외딴 곳에 있달까.
아무튼 그래서 우리도 검색 끝에 '표선면 가시리 산 158-4' 를 네비에 찍고 무사히 무장애 숲길이 나타나는 사려니숲 입구에 잘 주차할 수 있었다. 이상하게 이 날의 제주는 으슬으슬하게 추웠는데 사려니숲은 걷는 내내 정말 아름답게 느껴졌다. 걷다보니 추위도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았다. 길쭉길쭉한 삼나무 사이를 총총총 걷는 기분이 너무 좋아서 몇 번이고 또 와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캬
사려니숲을 원하는 만큼 걷고난 다음에 향한 곳은 올티스의 티클래스.
거문오름 근처에 있었는데 다음엔 거문오름 탐방예약을 미리 해보고 가보고 싶더라. 아무튼 이 티클래스는
사전에 예약이 필요했고 우린 조금 일찍 왔더니 차밭을 미리 걸어볼 수 있었다.
음.
내가 찍긴 했지만 방문 이전에 후기에서 본 이런 사진들에 속아서 (?) 이 곳을 예약했는데 티클래스가 이루어지는 장소가 생각보다 넓지 않았다. 좁은 게 문제가 아니라 또 딱히 아름답지도 않았다.
아무튼 티클래스 공간은 아주 작아서 우리 세명이 앉는 자리도 자그마한 테이블에 한 명 / 두명으로 나누어 ㄴ 자 모양으로 앉아야 했다.
실제보다는 사진이 주는 느낌이 더 좋은 곳이라 그 점은 아쉬웠다. 제주도 티 클래스에서 공간이 만족스러우려면 오설록의 티스톤 티클래스가 훨씬 아름다운 느낌이고 차에 대한 경험이나 기념품도 그 쪽이 낫다.(역시 대기업은 이길 수 없나?)
그리고 돌이켜보면 티에 대한 설명 자체가 특별하지 않았고 직접 다구를 사용하거나 차를 우려보는 경험이 없었던 점도 아쉬웠다. 또 우리에게 오래도록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것은 티클래스를 진행하는 직원이 정말 근 2년간 만난 모든 사람을 통틀어 가장 엉망으로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코를 다 드러내놓고 말하고 말하는 도중에도 못내 답답해선지 결국 마스크를 다 내리고 입이 드러나게 말하는 걸 보고 경악. 마스크를 다시 써주십사 말씀드렸지만 그래도 여전히 코를 내놓고 말씀하셔서 더 이상은 말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았던 점은 모든 과정이 유기농으로 이루어진다는 이 다원에서 난 찻잎들을 경험해보는 일이었다. 녹차 - 홍차 - 호지차 - 말차로 이루어지는 네 가지 차의 시음은 정말 맛있어서 좋았다. Y언니는 올티스 다원의 세작을 샀는데 다음날 아침에 언니가 끓여서 건네주는 녹차는 너-무 맛있어서 나도 살 걸 그랬나 후회가 될 정도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올티스의 티클래스는 만족스러운 후기가 과하게 작성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같이 가준 언니들에게 미안하게 느껴질만큼 별다를 것 없는 경험이어서 아쉬웠다.
그래서 재방문 의사는 없는 것으로.
가장 마지막 타임의 티클래스를 예약해서 우리가 나오는 길의 거문오름 풍광은 참 멋졌다.
이번 여행에선 오름을 올라가보진 않았는데 다음 여행에선 꼭 오름 한 곳 쯤은 정복해야지.
3일차의 저녁은 동쪽 중산간의 식당 선흘곶에서.
선흘곶은 대부분의 재료를 모두 제주의 것을 쓴다. 한식 러버 + 제주산 재료의 늪에 푹 빠져서 이번에도 한번 가고 싶었는데 미묘하게 예전 다니던 때와 조금씩 변했다. 그래도 모든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허겁지겁 먹었다.
밥도 원하는만큼 먹을 수 있고 대부분의 반찬들이 무료로 추가가 가능한데 진짜 배터지게 먹었다.
어흐... 선흘곶은 갈 때마다 만족해서 다음에도 제주 동쪽 여행을 하면 꼭 갈 예정.
선흘곶에서 나오는 길 식당 앞에서, 해가 완전히 저물어 가는 중산간의 모습.
여행은 누구랑 오는지가 항상 어디를 가는지보다 더 중요한데 이번 여행은 특히 그렇다는 걸 느꼈다.
항상 즐거운 언니들이랑 오니까 어딜 가든 해피해피 신나는 느낌!
티클래스가 아주 대만족이진 않았지만 그 정도는 문제도 아닐만큼 즐거운 셋째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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