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박 6일의 제주 일정은 분명히 아주 한가롭고 느긋한 것이었는데
막상 또 바쁘고 빠르게 흘러갔다. 돌이켜보니 엄청 긴 일정인데 진짜 제주에선 시간이 빠르게 가는 느낌.
여자셋 제주 여행에서 방 두개짜리 금호리조트는 꽤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일전에 에어비앤비보다 일단 숙소 자체가 크고 테이블이 있는 거실이 있으니까 모여서 이야기하기도 좋았다. 넷플릭스만 되면 (아니 적어도 스마트 티비 정도는 달아달라) 더더더 바랄게 없을듯.
금호리조트 앞으로는 큰엉 해안산책로(?) 가 있는데 길이 생각보다 예쁘게 잘 되어있었다. 사실 제주 신라 앞의 그 중문 해변 산책로랑 거의 비슷한 것 같은 느낌적 느낌. 며칠전 갔던 애월의 한담 해변산책로와 비교했을 땐 확실히 바다에서 이만치 멀었지만 그래도 잘 닦여있고 나무가 그득한 바닷길을 산책하는 느낌이 좋았다.
이날 대망의 일정은 애월의 이와이에서 스시 오마카세를 먹는 것이었다. J언니의 탄신일 기념 행사로 중요한 연중행사이기도 했고 제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일정이어서 점심은 간단하게(?) 먹기로.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엄청난 길을 달려 간 김만복 서귀포점. 금호리조트에선 거리가 꽤 있지만 결국 우리의 마지막 일정은 제주 서쪽이었으므로 망설임없이 갔다.
오랜만에 간 김만복은 주차장 자리도 생겼고, 훨씬 현대화되어 더 깔끔한 느낌이었다. 전복김밥과 오징어무침, 해물라면을 주문했는데 먹기 전에는 또 별맛 아닐거라고 생각해놓고 막상 먹으니 너무 맛있어서 신나게 먹었다.
김만복에서 차로 2분거리인 시스터필드도 오랜만에 들러 빵도 사고
시스터필드 바로 옆에 붙어있는 스타벅스 DT도 들렀다. 한가지 팁이라면............ 스타벅스 서귀포 DT는 진입 대기줄이 긴 편이니까 시스터필드 주차장에 차 대놓고 다녀오는게 더 빠르고 좋았던 것 같기도?
귀여운 제주 한정음료 비자림 콜드브루.
이거 진짜 너무 맛있었다. 나중에 J언니가 주문한 까망라떼도 얻어먹어봤는데 맛은 있지만 사이즈가 고정이라
막상 주문하기엔 너무 사발만한 사이즈를 들이키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비자림 콜드브루는 뭔가 그린티 라떼 + 샷추가에서 녹차는 더 찐한 느낌에 커피는 좀 더 가벼운 느낌이 나서 잘 어울렸다. 캬
그리고 그냥 일단 생긴게 예쁘고 비자림이라고 이름붙은 것도 좋자나... !!
아무튼 제주 스타벅스는 컵홀더도 넘 귀엽고 제주에서만 쓴다는 리유저블컵마저도 귀여웠다.
여행에서 이 리유저블 컵 은근 쏠쏠하게 잘 썼다. 미처 반납을 못하고 돌아왔지만 조만간 스타벅스 별다방점 가서
반납하고 천원 받아와야지.
하루종일 먹기만 하는 일정이지만 너무 바빴던 돼지런한 4일차
드디어 대망의 이와이에 거의 50km를 달려 도착! (이 자리를 빌어 말하는 거지만 5박 6일동안 날 태워서 다녀준 두 언니에게 너무나 고맙다. 다음엔 내가 꼭 운전면허증 챙겨갈게...............)
사실 서울에서도 디너에 17만원이나 하는 스시야를 가본적이 있나 싶었는데
그런것 치고 외관은 또 너무나 평범해서 과연? 하는 느낌이 드는 입장이었다.
아무튼 J 언니 오신날 덕분에 이렇게 비싼 식사를 제주에서 다 해본다!
다시 우린 맛이 많이 나는 보들보들한 자완무시로 스타트!
보양식이라고 일단 먹어보라고 주셨는데
입에 쏙 넣고 나니 '자라' 라고 말씀해 주시는 그것................
정말 ZARA라니............................................... 거북이......................?
하지만 또 막상 입에 넣고 씹으니 쫄깃쫄깃탱탱 맛있게 먹었다.
난 정말 다 잘 먹는구나
상큼한 유자 간장젤리와 어린 참치, 능성어, 돌돔, 방어와 광어까지
한 점 한 점이 엄청나게 인상적으로 맛있었던 사시미.
한라산 표고와 금태, 고등어를 구워주셨는데
이게 진짜 놀랍도록 맛있었다. 특히 고등어가 다 익은 것이 아니라 겉면만 익은 정도였는데
하나도 안 비려.............!!
따끈한 전복과
게우소스, 마지막 설거지까지 충분히 가능하게 했던 식빵!
그리고 정신없이 스시들이 마구마구 이어져 나왔다.
오마카세인만큼 원하는대로 대부분 맞춰주셨는데 내 경우엔 특별한 요구사항 없이 주시는대로 잘 먹는 편.
무슨 스시가 나왔는지 까먹을까봐 또 빼곡히 적어놨는데
돌돔과 능성어로 시작해서 참돔뱃살, 방어뱃살, 즈케한 아까미, 독도새우와 우니, 참치뱃살과.........! (이거 얇게 세 겹으로 썰어서 사이사이 와사비를 넣어 주셨는데 정말 입에서 사르륵 녹았다. 참치 최고) 초절임한 고등어까지 몽땅 다 너무 맛있었다.
회를 좋아한다고는 해도 가끔 비린 맛이 나면 못 먹는 초딩st 입맛에 거슬리는게 아무것도 없고
그냥 맛있기만 해서 너무너무 좋았다. 진짜 배가 터지게 먹은 느낌.
스시를 다 먹고도 다진 챔치와 연어알, 새우와 우니를 잔뜩 올려서
김에 싸먹으니 또 꿀맛.................
마지막으로는 구운 금태를 올린
송이 국밥.....................................?!
이거 뜨끈하고 담백해서 너무 좋았다. 주로 이런 오마카세 코스의 마지막은 우동이나 모밀인 경우가
많은데 국밥인 쪽이 훨씬 더 취향이었다.
그리고 하나하나 정성이 그득한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
가운데 커다란게 유자였고 그 주변으로 다 맛이 조금씩 다른 아이스크림과 와인젤리까지
디저트 하나도 정성이 그득했다.
스시를 쥐어주시는 셰프님 자체도 워낙 친절하고 다정하셔서 밥 먹는 분위기 내내 기분이 좋았고
멀리 제주도까지 와서 J언니의 생일을 축하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식사였다.
1년간 꼬북꼬북 돈 모아서 밥 먹으러 온 보람이 있었다!
다음에 계절이 바뀌어서 또 메뉴가 조금씩 바뀌게 되면 또 가보고 싶다 :)
식사를 끝내고 집에 가기가 아쉬워 뭐 맡겨놓은듯 휘적휘적 하나로마트에 갔다가
공항 근처의 이호테우해변에 가서 밤 산책을 했다. 목마 모양의 등대가 두드러지지 않아 아쉬웠지만
깜깜한 밤바다와 파도는 낮에 보는 것과는 또 새로운 모습!
이렇게 제주 여행의 4일차가 훌쩍 지나가다니 믿을 수 없었지만 만족스러운 식사를
부른 배를 통통 두들기며 무사히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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